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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기유 | 2009/12/01 00:00 | Notice
* 간략 정보
삽입한 내용이 없는데 저 상단 공백은 대체; 차후 수정. [닫기] 여자는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목소리가 점차 얼룩져간다. 녹음된 카세트를 수동으로 구간 반복시키는 것만 같은다. 점점 테이프가 늘어진다. 짜증이 치민다, 아니 치밀었다. 처음에는 화를 내려고 했다. 그러려고 여기에까지 왔다. 그녀가 온 게 아니라 내가 내 발로 직접 왔다. 하지만, 그녀가 눈앞에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난 시점에서야 알았다. 그녀를 만나기로 생각한 시점에서부터 내가 화를 낼 수 있는 구실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라는 걸. 나는 결국 그녀를 원망할 수 없으며 그전에 그녀에 대한 마음은 이전과 전혀 달라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머릿속에서 순간순간 상황을 정리한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를 변호하는 내가 있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집어치워라. 그녀가 아니라 내가 저주스럽다. 나는 사람 하나 원망하지도 못하는 팔푼이란 말인가. 내가 널 생각하며 품은 모든 악의는 마음에 판 구덩이가 아니라 머릿 속에서 언제든 정리될 수 있는 이어진 문장과 문장에 불과했단 말인가. 나는 내 자신이 화내야 한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화도 못 내는 미련한 놈이었나. 너는 계속 미안하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널 보고만 있다. 너는 내 얼굴을 쳐다보지 못한다. 네가 거짓으로 우는 게 아니라는 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불행히도 나였다. 고개를 돌려버렸다. 네 고개가 더 숙여진다. 아니야, 그럴 의도로 돌린 게 아닌데. 말은 입 안을 맴돌다 주인의 의지에 반해 삼켜진다. 복장을 참고하려고 패션 잡지를 뒤적이다가 2년 전에 발간된 소책자를 잡았다. 지오지아 가을 & 겨울 캣워크 화보인 The Great Men of Ziozia로 첫 페이지의 모델이 이언 씨였다. 총 4페이지에 걸쳐서 스탬프로 찍은 것만 같은 무표정이 이어진 걸 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의 생전에는 그가 출연하는 광고나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화보를 보며 조금 더 일찍 모델만이 아니라 배우로서의 그에게 관심을 두었다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근 한 달 여만에 만난 그녀는 여전히 동안이지만 한 달 전(정확히 한 달하고 몇 주 전)보다 더 의젓해져 있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신 것뿐인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30 여분밖에 되지 않는 체감 시간이 약속 시간으로부터 3시간가량 경과된 후였다. 7시쯤에 다른 친구가 무주에서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 함께 마중을 가서 교대했다. 그녀처럼 서글서글한 인상이 귀여운 여성이었다. 헤어지면서 날은 어두워졌지만 정신은 좀 맑아진 기분이었다. 아버지를 뵙고자 병원 방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사람에게 있어 자신이 전적으로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주변인은 몇 명이나 될까. 그녀는 내게 있어 조건없는 호감을 줄 수 있는 대상이며 감사하게도 나 역시 그녀에게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녀는 어려움을 겪을수록 성장하는 반면 나는 항상 성급하며 경솔한 사람이다. 여전히 세상 물정을 모르며 다혈질에 심각한 편애쟁이일 뿐이다. 공정하고 싶은 건 단순히 이런 기질에 대한 반작용임이 분명하다.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특유의 균형을 맞추려는 강박이 공평을 요구하는 거다. 그리고 마음은 앞서지만, 따라주지 않는 이에 걸맞은 행동은 노력이나 반성을 헛수고로 만든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열심히 살지 않으면 그녀의 안식처인 이곳에서 그녀를 맞이할 자격도 없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을 한다. 내가 네 친구일 수 있는지, 그럴 자격이 되는지, 너의 호감과 호의를 계속 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아버지 수술 일정이 있어 오전에 병원을 찾았다. 아버지께서 지난 추석부터 통원 치료를 받으신 곳이다. 내가 동행하는 건 처음이라 병원의 정확한 위치를 오늘에서야 알았다. 함께 접수를 끝내고 잠시 기다릴 요량으로 아버지께서 드실 커피를 뽑으러 갔다. 그때 갑자기 건물이 심하게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현관 바닥 타일이 일제히 융기했다. 황당하기도 잠시, 소리가 이어지며 다른 방향으로 위의 현상이 순식간에 번져갔다. 접수계 직원들은 물론 현관에 있던 환자들과 다른 구역의 간호사들까지 현관으로 나와 함께 놀랐다. 현관의 바닥 타일이 모두 제자리에서 튀어나온 상태였다. 이롭게 들리지 않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병원이 지어진 지 2년 여년이 되었다는데 작년 겨울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지진이 난 줄 알았다는 수군거림과 함께 아버지 함자가 호명되었다. 바로 주사실로 들어갔다. 수술을 위해 옷을 갈아입으신 아버지 손등에 절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크기의 주사가 놓였다. 아버지 인상이 그렇게 구겨진 건 태어나서 처음 본 것 같다. 신음 하나 들리지 않는다. 보는 내가 안쓰러워서 아프면 아프다고 하시라고 말씀드렸지만, 효과는 없었다. 아버지 옆 침대에서는 다른 사람이 주사를 맞으러 왔는지 '으악, 왕주사다!'라는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자마자 당사자에게는 미안하긴 해도 웃음이 나왔다. 제자리에서 튄 타일의 마감재를 청소기로 정리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번지다가 차츰 작아졌다. 병원이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무섭게 따뜻하다. 오전인데도 졸음이 밀려왔다. # by 기유 | 2009/11/06 00:50 | Daily
![]() * 원본(1600x1600 pix) * 덤: 한나 + 시엔 복장 설정 7000번째 덧글 리퀘 리퀘스트 당첨자는 유랑이로 내용은 '각자의 오너캐를 안고 있는 시엔과 한나' 안은 게 아니라 들고 있는 쪽에 가깝긴 하지만 ^^; 다음 리퀘 신청 덧글 번호는 1만 번입니다. 저자 오츠이치 역자 김수현 출판 황매 가격 9,500 ₩ 사토 유야 작품을 접하기 전에 사토 유야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오츠이치 쪽이 궁금해졌다. 소장한 도서도 있어 올해부터 천천히 모아 볼 요량으로 작가가 17세에 집필했다는 첫 작을 샀다. 전체적으로 사람에 대한 시선이 사람을 보는 것 같지가 않다. 사람을 물건처럼 보는 전제에서부터 섬뜩하게 시작한다. 전개가 독자도 캐릭터도 날카롭게 베는데 통증은 둔탁하다. 날붙이에 찔렸는데 둔기로 맞은 듯한 기묘함이 있다. 수록한 두 작품에서 보여지는 모든 살인은 인간에 대한 증오가 아닌, 애정을 바탕으로 자행되기 때문이다. * 여름과 불꽃과 나의 시체 여름과 불꽃과 나의 시체 어린 아이가 가진 살인이라는 개념에 대해 어른스럽다 해도 어디까지나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서 써내려간 이야기. 누구나 한 번 상상해봄 직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커녕 생각의 울타리 밖으로 꺼내기 쉽지 않은 내용을 상상을 활자로 풀어냈다. 소설에 포함한 모든 요소를 빈틈없이 활용한 부분에서의 감탄과 함께 캐릭터의 감정에 있어서는 기묘한 답답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후자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천진함 때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엔딩에서 밝혀진 참담한 놀라움이 함께 빗어낸 게 아닐까 싶었다. [닫기] * 유코 유코
책의 목차가 이야기의 소제목을 제외하고 이야기의 제목만 덩그러니 나열한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작품. <여름과 불꽃과 나의 시체>가 긴박한 전개로 독자의 숨을 고르다가 마지막에 서늘한 반전으로 독자를 얼얼하게 만들었다면, <유코>는 마치 쿄고쿠도 시리즈처럼 화자의 인식을 통해 독자를 어지럽히다가 마지막에 몰아치는 설명으로 얼얼하게 만든다. 가장 무서운 건 책을 덮는 순간까지 진정 어느 쪽이 정상인지 모르겠으며 진실이 어찌되었든 어느 쪽이나 소름이 끼친다는 것. [닫기] # by 기유 | 2009/10/27 22:10 | ├ Book
보면서 화가 많이 났고 섬뜩했으며 때로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돌릴 수가 없었다. 폭사해 흩어지는 살점이나 피가 감정과 논리를 대신해 카메라에 던져지면서 내가 맞는 듯했다. 외계인보다 인간 특히 인간 집단과 인간의 이기심쪽이 훨씬 두렵고 독보적인 것으로 그려졌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스탭롤이 올라가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보인 한 외계인에는 울컥했다. 첫 관람은 마냥 화가 나고 그만큼이나 분했지만 두 번째 관람에는 틀림없이 울 것만 같다. 올해 본 최고의 영화라면 라이트 사이드에서는 업Up! 을, 다크 사이드에서는 이 영화를 꼽겠다. 비상식적인 흥행을 이룬 영화지만 부디 속편이 없으면 좋겠다. 오늘의 본편만 남겨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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